웹사이트 상위노출 지난달 25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치러진 ‘2025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의 열쇳말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잠재력’, 이렇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둘을 관통하는 건 역시나 ‘인공지능’(AI)이었다. 생성형 AI를 거쳐 피지컬 AI로 나아가는 첨단 기술이 미래 모빌리티, 나아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리라는 데 참석자들은 이견이 없었다.
미국과 중국이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 중이다. 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머지않은 미래에 정부 지원, 부품 공급망을 비롯한 강력한 독자 생태계를 등에 업은 중국이 미국마저 따라잡으리라는 예견 아니 경고가 행사장 곳곳에 흘러넘쳤다.
■약진하는 중국 파급력 “폭발적”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산업 동향’ 콘퍼런스에서 “무한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전기차, 배터리, 로봇 기업들을 중국 정부가 2015년 수립한 ‘중국 제조 2025’의 후속 조치로 향후 10년간 또다시 전폭적인 정책·금융·기술 지원을 집중한다면, 그 파급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폭발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기업으로선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올인할 게 아니라 양쪽을 필요에 따라 슬기롭게 활용하는 교묘한 줄타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약진은 이번 행사에서도 두드러졌다.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 자회사인 샤오펑 에어로HT의 전기식 수직이착륙 도심항공교통(UAM) 기체인 ‘X2’가 전시장 전체를 통틀어 가장 눈길을 끌었다. X2는 시범 운용 단계의 680kg 2인승 기체로, 한 번 충전하면 25분간 하늘을 날 수 있다.
‘3D 모빌리티로 개척하는 미래’를 주제로 특강에 나선 샤오펑 에어로HT의 공동 창업자 왕담 부사장은 중국 최초로 ‘플라잉 카’ 대량 생산이 가능한 광저우공장 준공 사실을 알리며 “내년이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양산 모델인 X3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X3는 도로를 달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면 날개를 뻗어 저공으로 비행 가능한 육상·항공 교통 겸용 자동차다.
왕 부사장은 “20년 전에 화상통화나 AI 비서를 상상하지 못했듯이, 20~30년 뒤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포함해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한 번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UAM은 ‘걸음마’ 단계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인천 아라뱃길 일대에서 차세대 미래 항공 모빌리티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이 실제 도심 환경에서 운용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증 단계(2단계)에 본격 돌입한 게 고작이다.
하늘은커녕 도로 위 자율주행에서도 누적 주행거리나 습득 데이터 측면에서 미국, 중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자율주행 1위 사업자인 오토노머스 에이투지 유민상 상무는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지난달 22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정부가 산업 생태계의 판을 깔아주니 관련 스타트업이 쏟아져나오는 중국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에 책임을 묻되, 사전 규제는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인해 민간 차원의 기업 혁신이 활발한 미국과 비교해, 법령에 명시된 대상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금지 또는 보류하는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기술 발전을 더디게 해 시장을 뒤흔들 만한 신제품 출시 가능성을 현격히 떨어뜨립니다.”
■AI와 접목하는 자율주행·로봇
미래 모빌리티 전시관 옆에 차린 ‘로봇관’도 중국의 독무대였다.
중국을 대표하는 4족 보행 로봇 전문 기업 ‘유니트리’는 경기도 안양에 본사를 둔 드론 및 로봇 솔루션 전문 기업 ‘영인모빌리티’와 함께 복싱 시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유니트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G1’ 2대가 헤드기어와 권투장갑을 착용하고 사람처럼 주먹과 발차기를 주고받자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완제품의 형태는 다르지만 운용 원리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전기차의 다음 단계인 ‘자율주행’차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을 기반으로 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 또한 기본적으로 인간의 지능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소프트웨어중심로봇(SDR)의 발전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전자학회에 따르면 제조·협동·서비스·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한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현재 60조~70조원 수준에서 향후 5년 내 17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가 옵티머스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배경이다. 행사 첫날 기조 강연에 나선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 백승민 상무는 이렇게 전망했다.
“한정된 기능 수행에 머무르던 AI가 진화해 이제는 여러 분야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평균 이상의 일을 해내는 ‘범용 AI’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나아가 ‘AI 비서’의 탄생을 앞두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첨단 지능을 탑재한 플랫폼인 SDV나 휴머노이드 로봇과 만나 계속 진화할 겁니다.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인간 세상처럼 미래 모빌리티 시장도 제조, 물류, 가사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로봇이 줄줄이 출현하는 식으로 변모하며 성장해 가리라고 봅니다.”
■갈 길 먼 한국, 과제는 산적
그러나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갈 길이 멀다. 옵티머스나 피겨 3(피겨 AI), 디짓(아마존)과 같은 범용 플랫폼형 휴머노이드가 아직 없는 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로봇이나 전기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AI 소프트웨어 기술과 공급망 측면에서 미·중 등 경쟁국보다 많이 뒤처져 있는 상태에서 이를 적용해볼 수 있는 하드웨어가 없다시피 하는 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이 로봇관에 선보인 제품들은 산업용 협동 로봇과 물류, 서비스 보조 로봇이 대부분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나 물건을 집어 올리고, 상자를 옮기거나 어르신과 말동무를 하고 손을 흔들며 어린이와 축구공을 차는 등 아기자기한 생활 밀착형 아이디어와 감성적 요소가 돋보였지만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의 기술적 도약으로 이어지기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였다.
그나마 ‘세계 최초 실내 자율 주차 로봇’ 타이틀을 보유한 HL로보틱스의 ‘주차 로봇 파키’ 정도가 상용화 기대를 모으며 한국 로봇 산업의 체면을 살렸다.
대구시가 기존에 각자 진행해온 로봇, 미래 모빌리티, 스타트업 전시를 한데 묶어 FIX라는 이름으로 통합 전시를 연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보다 40여개 늘어난 585개 국내외 관련 기업이 참여했다.
각각의 주제가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지만 해마다 덩치를 키워가며 공을 들이는 건, 대구 경제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구로선 나름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구시는 일정 내내 ‘전통적으로 대구의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으뜸’이라는 명제를 줄기차게 부각시켰다.
■이미 시작된 미래, 한국은
이번 행사의 주제는 ‘이미 시작된 미래, All on AI’였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부품 협력사들의 체질을 전동화, 첨단화, 자율주행, 드론, UAM, 로봇이라는 미래 모빌리티의 트렌드에 맞춰 적시에 효과적으로 전환해낼 수 있다면 지역경제도 살고, 일자리 상실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썰물처럼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 인구의 유출 현상도 막아낼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계의 현지화는 앞으로 더 강도 높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규모가 영세한 부품 업체들은 관세 비용을 떠안은 채 현지 부품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동화에 따른 비용 부담마저 짋어져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자동차가 몰려오고 있다. 국내 부품업계의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 그런 점에서 FIX 2025는 글로벌 각축전 속에 격랑에 휩싸인 국내 제조업이 처한 고민과 현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기조강연장에는 실시간 통역 시스템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른 연사가 자국 언어로 말을 하면 벽면의 센서가 이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한국어 또는 영어로 변환해 자막에 띄워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락이 길어지면 생략해버리거나 실시간이라 하기에는 어색한 시차가 발생하면서 주의력이 분산되는 등 한계도 분명했다.
박정규 카이스트(KAIST) 기술경영대학원 겸직교수는 “자동차 분야에서 스마트카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고, 휴머노이드 로봇도 2040년 이후 급성장해 가정을 포함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억대 이상이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며 “후발주자인 한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중국의 생태계를 활용하는 동시에 국내 시장에 맞는 생태계를 새롭게 창출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됐던 통일부의 남북회담본부가 4일 2년 만에 부활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주로 다뤘던 인권인도실은 폐지됐다.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의 조직 개편을 이날 단행했다. 남북회담본부는 남북 간 회담·연락을 담당하는 곳이다. 전임 정부 때인 2023년 다른 3개의 교류·협력 관련 부서와 함께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됐다. 남북회담본부는 남북 간 회담 대책 수립, 회담 운영, 연락 채널 가동, 출입 관리 등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전임 정부에서 쪼그라든 교류·협력 조직은 평화교류실로 복원됐다. 이날 신설된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은 개성공단 정상화와 평화경제특구 조성, 평화협력지구 기획·추진 등을 맡는다.
북한 인권 문제를 주로 다뤘던 인권인도실은 폐지돼 사회문화협력국으로 재편됐다. 인권인도실은 윤석열 정부 때 국을 실로 확대 편성한 부서이다. 이로써 명칭에 인권이 들어간 조직은 실·국·과 단위 중 사회문화협력국의 남북인권협력과만 남았다.
기존 통일협력국도 폐지돼 통일정책실과 통합됐다. 정보분석국은 전임 정부 이전에 사용했던 정세분석국으로 명칭을 되돌렸다. 또 통일부 장관 직속으로 한반도평화정책경청단이 신설됐다. 국립통일교육원은 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으로 개편됐다.
이날 조직 개편을 통해 통일부 전체 정원이 533명에서 600명으로 67명 증원됐다. 전임 정부에서는 81명을 감축한 바 있다. 고위공무원 직위는 18개(가급 4개)에서 20개(가급 5개)로 늘었다. 본부와 소속기관의 과·팀도 52개에서 58개로 확대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중국, 한국이라는 중요한 이웃 나라와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책임 있는 지도자 여러분과 말을 나눌 귀중한 기회도 됐다”면서 방한 기간의 외교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또 “2031년 일본에서 APEC을 개최하기로 결정된 것도 큰 성과”라고 언급했다.
교도통신 등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밤 부산 김해공항에서 정부 전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박 3일의 방한 기간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각각 첫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이 지향하는 외교에 대해 “세계의 한복판에서 꽃을 피우는 일본 외교”라면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착실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일본 내에선 미·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APEC 계기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현지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가 우려를 불식하고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내에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수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면서 외무상 등 경험이 없어 각국 요인 중에 가까운 이가 적은 점, 일본 정치권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로 꼽히는 점 등이 염려되는 부분이었다고 보도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인해 한국, 중국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자민당 중진 의원은 요미우리신문에 다카이치 총리를 “교제가 서투른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산케이는 이러한 우려가 있었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라는 점을 내세워 강고한 미·일 동맹을 강조했으며, 중·일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의 공통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주일미군 기지를 둘러볼 때는 서로 “사나에” “도널드”라고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됐다고 전했다. 한 일본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에 “중요하고도 어려운 회담을 단숨에 휩쓸 수 있었다. 거의 1년치 외교 성과”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태극기에 예를 표한 것과 이날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기자회견에서도 양국 국기에 인사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 측의 경계심을 없애려는 시도였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30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자리에 앉기 전 태극기를 향해 인사한 뒤 반대편 일본 국기에도 고개를 숙였다.
닛케이, 아사히신문 등은 다카이치 총리가 태극기에 예를 표한 것에 대해 한국 언론들이 주목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 누리꾼들이 “쇼라도 좋다, 한·일이 사이좋게 지낸다면” “속아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선 “보수라면 상대방 국기에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 “타국을 존중하는 모습을 끝까지 계속했으면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일본 정부 내부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외교 현안에 있어 구체적 진전은 없었으며 다카이치 총리가 외부에 비치는 이미지를 우선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닛케이는 지난달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가 정상회담을 준비할 시간이 한정됐던 탓에 영상과 사진 등에 밝은 표정과 분위기를 담는 것에 집중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미·일 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때부터 준비해온 것들로, 이전 정권에서 미국과 합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각국과의 현안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방식은 불명확하고 중국 선박의 영해 침입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일본의 보수적 유권자들이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바라고 있다”면서 “보수층의 이해를 얻으면서 현실주의에 입각한 외교를 펼칠 수 있을지, 총리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이제부터”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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