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더 바빠지기 전에 날을 잡아야 했다. 1년에 단 한 번, 온 동네가 함께 떠나는 가을 나들이 날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갈 수 있는 날을 잡으니 그날이었다. 장을 보고 떡을 맞추고 술을 받아놓는 일은 전날 마쳤다. 인원 점검도 끝났다. 날씨만 받쳐주면 되는데 그건 하늘의 뜻이었다.
경험상 마을의 나들이는, 가면서 버스와 휴게소에서 취하고 점심 회 한 접시에 취하고 바닷바람 쐬면서 취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신을 잃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목적지도 여수 목포 순천 남해 거제 통영 등 해안 도시뿐이었다. 좀 바꿔보자고 우겼다. 맨날 보고 사는 게 노고단 자락이지만 지리산 건너편이 어찌 생겼는지 아시냐고 물었다. 허리 구부러지고 다리 휜 어르신들에게 모노레일이라는 거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보자며 경남 함양으로 향했다.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고 했다. 양도 적고 와봤자 약하다는 뜻이다. 더 이상 쓸모없기 힘들다는 가을비가 사선으로 내렸다. 여름 장마 때 대강 지나갔다고 여겼는지, 태풍 타고 오지 못해 서운했는지 비는 한을 품고 쏟아졌다. 모노레일이 제대로 운행될까 싶었다. 안 가본 곳에 가서 안 타본 것 타자고 제안한 것이 후회됐다. 노인 분들이 한 번쯤 다녀온 곳이면 날씨가 어떻든 덜 서운하실 텐데.
45명 가득 채운 버스가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휴대폰이 울렸다. “낙뢰가 있어 모노레일 운영이 취소됐습니다.” 담당자는 친절하게 통보했다. 휴게소에서 내려 긴급 마을운영위원회를 열었다. 비 때문에 버스에서 못 내린 마을 분들은 뿌연 유리창을 손으로 훑어내며 밖에서 회의하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창문에 바짝 붙인 얼굴들 표정은 하늘만큼 무거웠다.
급하게 점심 예약을 수정해 시간을 앞당기고 이후 여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출발하면서 먹은 떡이 소화되기 전 식당에 도착했다. 뽀송한 실내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머니 한 분의 팔순잔치를 겸해 느긋하고 늘어지는 시간을 보냈다. 마을로 그냥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때 다시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신가요. 비는 오지만 바람이 잦아들고 벼락도 멈춰서 오후에 운행을 재개합니다.”
부랴부랴 움직였다. 손에 쥔 지팡이와 경주하듯 달렸다. 함양군청 담당자는 주차를 안내하고 매표를 도왔다. 어찌저찌 모든 분들이 구름을 뚫고 산에 올라 사진 한 장씩이라도 찍고 내려왔다. 어머니들은 절뚝이고 뒤뚱이며 젖은 몸으로 버스에 올랐고 하늘은 내내 비를 토했다. 나들이가 아니라 난리였다. 그다음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음날 아침 죄스러운 마음으로 마을회관에 들어가니 어머니들이 점심 준비를 하다가 한마디씩 하셨다. “몸살 안 나셨소” “우째야쓰까, 아직도 힘들어 보이네” “우리 델꼬 다니느라고 힘들었지다(힘들었지요)” “우리는 재미났구마” “내년에 나 팔순도 거 가서 하고 잡네”.
진짜로 나들이가 좋으셨는지는 의심이 간다. 당신들끼리 이야기 나누시다가 소심한 이장이 속상해하지 않았을까, 의기소침하지 않게 달래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의견을 모으신 듯하다. 사실이야 어떻든 상관없다. 웃으며 지켜보시던 오봉댁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애썼소.” 크으, 나직한 말씀에 몸이 녹는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는 16일 한국 국민이 자국에서 숨진 데 대해 심심한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하고 캄보디아 내 한국인 보호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내 취업사기·감금 문제 대응을 위해 파견된 정부 합동대응팀은 훈 마네트 총리 등을 만나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과 협조를 요청했다.
합동대응팀은 이날 오전 프놈펜에서 훈 마네트 총리와 차이 시나리스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CCOS) 사무총장을 각각 면담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합동대응팀은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단장이고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청과 법무부 등으로 구성됐다.
김진아 2차관은 면담에서 한국인 대상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지속 발생하는 상황에 정부의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차관은 해당 범죄로부터 한국인을 보호하고 온라인 스캠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캄보디아 측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협조를 요청했다.
김 차관은 경찰청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캄보디아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60여명의 조속한 송환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도 요청했다. 정부는 이들 한국인을 항공기를 통해 이번 주 내에 송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차관은 또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대학생의 부검 및 수사기록 사본 제공, 화장 및 유해 송환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조할 것도 당부했다.
이에 훈 마네트 총리는 한국인이 사망한 데 심심한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그는 또 도주 중인 용의자 체포와 한국인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훈 마네트 총리는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 차원에서도 단속을 강화하는 등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을 통해 이런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훈 마네트 총리는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훈 마네트 총리는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일부 지역의 여행경보를 샹향 조정한 것을 언급하며 “캄보디아에 대한 투자와 관광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경보 하향을 요청했다. 그는 또 한국 내 캄보디아를 향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에도 유감을 표명했다.
김진아 2차관은 여행경보 상향을 두고 “해당 조치가 현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상황이 개선되면 하향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또 한국 내 캄보디아 대상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더 긴밀히 공조해 상황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차관은 캄보디아의 치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개발협력 사업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차이 시나리스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도 한·캄보디아 스캠범죄 합동 대응 TF 발족 등 협력 강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합동대응팀은 이날 오후 캄보디아 당국자들과 함께 따께우주 내 스캠 단지 중 하나인 태자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캄보디아 측으로부터 주요 스캠 단지의 운영 실태와 단속 현황 등도 청취했다.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중 이탈자 2명이 출입국당국에 붙잡혔다. 무사증 제도 시행 후 처음 이탈한 중국인이 모두 검거된 것이다.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중국인 2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붙잡힌 중국인 2명은 지난 5일 중국 단체 관광객 한시 무사증제도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단체를 이탈했다.
한국은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중국인 3인 이상 단체관광객은 15일 범위에서 무사증으로 입국해 국내 전역을 여행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인 2명은 관광을 빙자, 중국인 26명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단체를 이탈해 전담여행사가 신고했다. 이에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곧바로 검거반을 편성,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이동 경로를 추적해 지난 17일 1명은 광주광역시에서, 1명은 전남 목포에서 붙잡았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붙잡힌 중국인 2명은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단체관광객으로 위장해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체관광객 신청 및 이탈 경위와 브로커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강제 퇴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모두 3311명이며, 이탈자 2명을 모두 붙잡아 현재는 이탈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중국 톈진을 출발해 인천항에 들어온 크루즈 ‘드림호’ 탑승객 중 복귀하지 않고 잠적한 6명 중 1명은 검거했지만, 나머지 5명은 아직 붙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크루즈 이탈자들은 ‘관광상륙허가제도’로 입국한다. 관광상륙허가는 관광객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승객에게 비자 없이 최장 3일간 대한민국에 상륙을 허가하는 제도다. 이들은 3일이 지나지 않더라도 크루즈가 출항 때에는 반드시 다시 승선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귀선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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