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상위노출 청탁 지시·승인 묻자 없다정치자금법 위반 등 전면 부인권성동은 현역 의원 첫 구속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7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특검은 청탁 및 로비 의혹 사건의 ‘최종결재자’로 지목된 한 총재를 겨냥하고 있다. 특검은 한 총재의 혐의를 5가지로 정리해 수사 중이다.
특검의 소환 통보에 세 차례 불응했던 한 총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있는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한 총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45분까지 조사를 받고 조서 열람을 한 다음 오후 7시30분쯤 귀가했다. 그는 귀갓길에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왜 전달했냐’는 물음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통일교 관련 청탁을 지시하거나 승인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없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목걸이와 가방을 전달한 적 없느냐’는 물음에는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답했다.
특검은 이날 한 총재 조사에서 미리 준비한 50여쪽 분량의 질문을 했다. 한 총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한 총재의 혐의를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정당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5가지로 보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한 총재가 비서실장 정모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와 공모해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특검은 2022년 1월 통일교가 민원 청탁 및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을 대가로 권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본다. 같은 해 2~3월 권 의원이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서 한 총재를 두 차례 만나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았다고도 본다. 한 총재는 통일교 자금으로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등에 총 2억1000만원을 기부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통일교의 각종 민원 해결을 위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8000만원대 청탁용 선물’을 전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특검은 한 총재가 권 의원과 김 여사에게 전달한 금품을 마련하는 데 통일교 자금을 썼다는 점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22년 11월 초 김 여사가 전씨를 통해 윤씨에게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통일교 교인을 집단 가입시켜 권 의원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본다. 특검은 한 총재도 이 의혹의 공범으로 보고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한 총재는 2022년 10월 권 의원이 윤씨에게 전한 자신의 미국 원정도박 수사 소식을 듣고,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는다.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의원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통일교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김 여사와 권 의원이 모두 구속됐다. 청탁과 금품 전달 통로였던 윤씨와 전씨도 구속됐다.
특검은 혐의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을 종합해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 중이다.
김형근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 총재는 법원의 공범(권 의원)에 대한 구속 여부 결정을 지켜본 후 임의로 자신이 원하는 출석일자를 택해 특검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출석했다며 특검은 향후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18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위증 혐의와 관련해 국정원 비서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전 원장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이른바 ‘체포조 명단’ 메모와 관련해 위증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국정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집행하고 있다. 특검은 국정원에 임의제출 형식으로 국정원 내부 CC(폐쇄회로)TV 영상 자료 등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국정원 비서실이 포함됐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전 원장의 위증·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직무유기·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홍 전 차장이 체포조 명단 메모를 작성한 경위를 거론하며 메모의 신빙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허위 증언을 했다고 본다.
앞서 홍 전 차장은 지난 2월4일 열린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체포조 명단 메모 작성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고, 여인형 전
폰테크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의 체포조 명단을 통화로 듣고 받아 적었다고 했다. 그는 (계엄 당일) 오후 11시6분쯤 국정원장 공관 앞 어두운 공터에서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갑자기 적게 됐다고 작성 경위를 설명했다.
조 전 원장은 지난 2월13일 탄핵심판에서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이 작성한 메모는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며 홍 전 차장이 작성한 메모와 증언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가진다고 증언했다. 그는 홍 전 차장이 공관 앞에서 메모를 썼다는 말을 지난주 헌재 증언에서 처음으로 들어 사실 파악을 해봤더니 사실관계가 달랐다며 CCTV로 확인해보니 홍 전 차장은 메모를 작성했다는 12월3일 오후 11시6분쯤 공관이 아닌 청사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했다.
또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체포조 명단 메모가 홍 전 차장과 보좌관이 작성한 것을 포함해 총 네 종류가 존재한다며 메모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의 해당 증언이 허위라고 보고 조 전 원장이 CCTV 영상 등 홍 전 차장의 행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비서실이 동원됐다고 의심한다. 특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조 전 원장이 위증을 하는 데 있어 비서실이 관여한 경위 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15% 품목관세를 적용하면서 여전히 25% 관세를 물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 가격이 미국 시장에서 더 비싸지게 됐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후 후속 협의가 지체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한국산 자동차가 누려온 ‘관세 우위’가 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의약품 관세는 자동차 관세보다 더 높을 수 있다며 또 한 차례 엄포를 놨고, 미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의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절차에도 돌입했다. 미국의 ‘관세 무기화’ 피해가 점차 넓고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이 관세협상을 빨리 마무리해 일본처럼 15% 품목관세를 적용받는 게 해결책이다. 문제는 미국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는 데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약속한 3500억달러(약 484조원)를 대출·보증이 아닌 현금으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투자 완료하고, 그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며 한국의 투자금 회수 후엔 이익의 90%를 미국이 갖겠다고 요구하는 걸로 알려졌다. 사실상 백지수표를 달라는 약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관세 후속 협상을 해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10년, 20년 전에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라며 3500억달러 대신 관세 보조금 주면 어떨까 생각할 때가 많다고 했겠는가.
미국은 일본 정부가 5500억달러의 투자 자금 운용에 미국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을 강조한다지만 일본은 우리 경제 규모의 2.5배에 달하는 기축통화국이다. 사정이 같을 수 없다. 우리 외환보유액(4160억달러)의 80% 넘는 돈이 단기간에 유출된다면 환율이 폭등하고 수출은 막히고 물가는 뛰면서 경제위기로 번질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안전핀으로 요구한 통화스와프를 미국은 거부했다. 나아가 ‘조지아 사태’에서 보듯 투자를 위해 미국에 파견된 우리 국민을 수갑·쇠사슬로 손발을 묶어 구금시키는 인권침해도 서슴지 않았다. 단연코 상호 이익 증진을 위한 협상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관세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에 관세율을 더 올릴 빌미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무리하고 일방적인 요구를 섣불리 받아들이면 미국은 언제든 또 다른 청구서를 내밀 것이다. 국익을 최대한 수호하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과 플랜 B도 대비하며 냉철하고 차분히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