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취임 넉 달 만에 치른 첫 지방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연합(CDU)이 선두를 지켜냈다. 그러나 극우 정당 지지율이 지난 선거보다 세 배 가까이 뛰며 옛 서독 지역까지 세력을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기민련이 약 34%로 1위를 차지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22.5%,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6.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NRW는 독일 16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번 선거는 메르츠 총리가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처음 치러진 지방선거로 연정 정부에 대한 첫 중간평가 성격으로 인식됐다.
독일 보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기민련이 34% 안팎을 유지했지만 지난 선거의 부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무미건조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헨드릭 뷔스트 NRW 주총리도 자축 대신 경고음을 냈다. 그는 ARD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며 AfD가 지난 지방선거에 비해 이번에 결과를 세 배 이상으로 늘린 사실은 모든 민주 정당에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fD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5.1% 득표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세 배 넘게 지지율이 상승했다. 후보 부족으로 NRW 전체 지역의 절반가량에만 출마했음에도 기록적인 약진을 보인 것이다. 기존에는 옛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였던 AfD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옛 서독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겔젠키르헨·뒤스부르크 등 전통적 사민당 강세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킨 점도 눈길을 끈다고 FAZ는 분석했다.
AfD는 이번 결과가 일시적 ‘분노 투표’가 아니라 확고한 지지 기반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겔젠키르헨 시의회 의원이자 NRW 주의회 부의장인 엔지 셀리자카리아스는 이번 선거는 AfD가 유권자 기반을 굳건히 다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제 더는 단순한 분노 투표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NRW 내 시·군·구의회 의원과 시장·군수를 뽑는 지방선거다.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2주 뒤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뒤스부르크·도르트문트·쾰른 등 주요 도시에서는 결선투표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 고위급 인사들이 14일 만찬을 겸한 긴급 회동을 열어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최근 3대 특검법 파기 과정에서 민주당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사이 빚어진 갈등을 봉합하고,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만났다.
회동에 참석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김 총리를 사이에 두고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다. 참석자 5명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참석자들에게 부부나 형제나 다 싸우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는 게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푼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회동이 끝난 후 언론 공지를 통해 당·정·대는 항상 긴밀하게 소통하고 화합하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동시에 당·정·대는 정국 현안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며 그간 오해를 잘 풀었다고 전했다.
이번 회동은 김 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에 예정 없이 진행된 일정을 두고 일각에선 최근 3대 특검법 파기 과정에서 터져 나온 당내 파열음을 수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하루 만에 파기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이견이 노출되며 공개 사과 요구 이야기까지 오갔다.
일련의 개혁작업 과정에서 불거진 당·정 엇박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검찰개혁 후속 작업을 논의하는 도중 정 대표와 우 수석 간에 언쟁이 오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상대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무유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특검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이른바 ‘체포조 명단’을 폭로한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보위 보고 상황에 주목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폰테크 오후 4시부터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조 전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 등을 조사 중이다. 조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 계획을 약 1시간30분전쯤 미리 알고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국정원법 15조는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지체 없이 대통령 및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에게 계엄 당시 조 전 원장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이 있는지, 조 전 원장이 국회 보고 등 책무를 인식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특히 홍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 정보위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체포조 명단도 있었다고 폭로한 경위를 김 원내대표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홍 전 차장이 요청한 보고 차원의 면담에 정보위 야당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 대신 참석했고, 면담이 끝난 뒤 홍 전 차장의 보고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조 전 원장은 당시 홍 전 차장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보고를 위해 정보위 면담 자리에 참석했다. 면담 직후에는 대통령이 국정원에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 등 홍 전 차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자발적으로 면담에 참석한 이날 상황과 계엄 당일 상황을 대비해서 보고 있다. 이날 면담이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김 원내대표,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만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된 점 등에 비춰보면, 조 전 원장은 정보위 개의 여부나 보고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계엄 당일 상황을 국회에 보고했어야 한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일부 장관들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임무가 적힌 문건을 나눠줬던 대통령 집무실,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열렸던 대접견실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 특검은 국무위원이 아닌 조 전 원장은 언제든 정보위에 유선으로라도 보고할 수 있었다고 본다. 조 전 원장은 이날을 빼면 과거 국무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과 관련해 정보위에 유선으로 보고한 뒤 관련 내용을 공개한 점에도 주목해, 조 전 원장이 계엄 당시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은 이 밖에도 계엄이 아닌 다른 사안과 관련해 조 전 원장이 정보위에 보고한 사례 등을 김 원내대표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6년간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고 정보위에서 국정원 개혁 관련 입법 활동을 다수 해온 김 원내대표에게 국정원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책무 등에 대해서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등이 연루된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추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 당시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세 차례 변경해 의원들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원내대표를 상대로 계엄 당시 국회 안팎 상황을 파악하는 작업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