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불법 계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범죄 사실을 적극 진술하면 형량 등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회는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 조항을 신설했는데, 사실상 첫 시도 대상이 여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인 셈이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지난 9일
탐정사무소 여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면서 형 감면 등을 내걸고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제안했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모의 과정에서 계엄에 반대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관련자 참고인 진술 등을 제시하며 계엄에 반대했으니 불법 계엄 관련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사실을 적극 진술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의 제안은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개정 특검법안을 보면 내란 특검이 수사하는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이 자신의 죄를 자수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를 규명하는 주요 진술·증언 등을 할 경우 관련 범죄로 그가 받는 형을 감경·면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플리바게닝으로 불리는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는 자기 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죄를 증언하는 범죄자의 형량을 감면해 주는 제도다. 주로 미국 등 영미법계에서 재판 부담을 줄이고 수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쓰인다. 국내에서는 허위 자백 등 실체적 진실에 벗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로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다만 검찰 등에서는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진하고 신속한 수사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국내에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 등 내란·외환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로부터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결정적인 진술을 받아내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 플리바게닝 조항을 이용해 내란·외환 사건 진상을 밝힐 핵심 진술을 받아낼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박지영 특검보는 지난 12일 자수자 및 수사 조력자에 대한 필요적(필수적) 감면 제도가 도입된 것은 내란의 진상 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평양 무인기 작전, 해양경찰청의 내란 가담 의혹,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처음 언급한 시점 중 하나로 지목된 지난해 3월 삼청동 안가 회동 등 여러 사건에 연루된 핵심 인물이다. 특검은 사건에 따라 피의자이거나 참고인으로서 신분이 혼재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확보할 만한 진술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같은 취지로 지난 14일 노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당시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 조항을 제시하며 그에게 적극적인 진술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수첩 내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리바게닝 조항이 그의 진술을 얻어낼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목적을 규명하는 ‘내란의 출발점’ 찾기 작업에서도 노 전 사령관 수첩의 작성 시기·경위를 밝혀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다만 두 사람은 특검의 제안에 당장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진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은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더 이상 아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노 전 사령관 역시 이미 아는 내용을 충실히 진술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수첩 작성 경위에 대해서도 계엄 이후 음주 상태에서 작성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14일 오전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서 간조로 바닷물이 빠져나가자 양끝이 뾰족한 바나나 모양의 검은 형체가 하나둘 모래톱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래톱 주변을 헤엄치다 물 위로 올라와 배를 뒤집고 눕기도 했다. 이 동물의 정체는 국내에서 서식하는 유일한 해양기각류인 점박이물범이다.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 권경숙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장, 시민 10여명과 함께 점박이물범을 관찰하기 위해 가로림만을 찾았다.
시민들은 물이 빠져나간 뒤 가로림만에 위치한 옥도로 향했다. 옥도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바다 건너 우도와 소우도가 보인다. 바닷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우도 앞쪽으로 모래톱이 드러나자 점박이물범들이 누워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물범들은 배를 튕겨 자리를 조금씩 옮기거나 몸을 뒤집어 하얀 배를 보였다. 물개, 바다사자와 달리 물범은 앞지느러미에 힘이 없어 뒷지느러미와 몸통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간다. 처음엔 두세마리만 보였지만 물에서 헤엄치던 개체들까지 모래톱 위로 올라가 무리 옆에 누웠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범은 30여분마다 물가로 올라와 쉬면서 햇볕에 털을 말린다. 이날 발견한 점박이물범은 모두 6마리다. 물범들은 배가 가까이 지나가거나 하면 놀라서 바다로 뛰어들었다가도 금세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점박이물범은 국가유산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II급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한국에서는 인천 백령도와 이곳에서만 관찰된다. 백령도에서는 약 300마리, 가로림만에는 10여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점박이물범 서식지로서 국내 최초의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가로림만은 국내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점박이물범을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물범들은 4~11월쯤 이곳에 머물다가 중국 랴오둥만 유빙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유빙 감소, 해안가 개발, 환경오염, 남획 등으로 번식지 생태계가 교란되자 최근에는 백령도 등에서도 새끼를 낳는 것으로 추정된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서해에 8000여마리가 살았지만 최근에는 1000마리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2006년부터 조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던 가로림만의 개발이 백지화되고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데에는 점박이물범의 역할이 컸다.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국책연구기관과 지자체 등이 물범 서식지 훼손 등을 이유로 평가를 반려했다. 권경숙 센터장은 만조 때 바다가 됐다 간조 때 벌판이 되는 갯벌은 개발 시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져 간척의 대상이 됐다. 서해안에서만 갯벌 3분의 1이 사라졌다며 해양보호생물인 점박이물범이 이곳에 머무른다는 점에 덕분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무산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로림만에서는 점박이물범뿐 아니라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 등 다양한 해양보호생물이 살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달랑게, 발콩게, 칠게, 엽낭게, 방게 등도 가까이서 관찰했다. 국제적 보호조류이자 여름 철새인 저어새도 세 마리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