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동행매니저 “증인, 실제로 마지막 단계까지 ‘계엄이 안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생각한 게 맞아요? 재판장이 볼 때는 증인이 지난해 11월 무렵부터는 ‘계엄 판이 벌어지겠구나’라고 확실히 생각하고 대처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지난 10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현복 재판장이 증인석을 향해 재차 물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건 구속 중인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확실히 계엄이 일어날 거란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상원) 전 사령관님은 이전부터 부정선거 관련 얘기를 수차례 했습니다. 그래서 예비역들끼리 모여서 정치 관련 얘기를 많이 하면서 ‘되게 편향됐구나’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모시면서 원래 성격이나 성향이 그런 (극단적인) 것도 알고 있었어요. 뭔가 위에서 시켜서 (계엄 관련) 대비를 하기는 하는데, 내가 인지하는 정보는 계엄 상황이 아니라서 혼란스러웠습니다. 마지막에도 계엄 선포가 10~20분 늦어진다고 듣자 ‘그럼 그렇지, 무슨 계엄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12·3 불법 계엄과 내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한 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언제부터’ 계엄을 계획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언제 윤 전 대통령과 계엄 관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지, 또 언제 부하들에게 지시하고 계엄을 계획했는지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의 중대성을 가릴 요소다.
지난해 12월1일, 노 전 사령관이 소집한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계엄 선포 직전인 이날 예비역이었던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과 정보사 소속 김봉규·정성욱 대령을 경기 안산시 패스트푸드점으로 불러 모았다. 참여자들은 이후 노 전 사령관 지시에 따라 제2수사단 요원 선발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작전 등에 가담했다.
문 전 사령관은 계엄 전에 정보사 소속 요원들의 명단을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에게 넘겨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계엄 가담 당사자이기도 한 문 전 사령관은 이날 노 전 사령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은 “계엄 상황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해서 말했다.
그는 “노 전 사령관과 과거 함께 일한 경험이 있고, 제가 사령관이 된 이후 업무 관련해서 연락을 종종 했다”며 “지난해 9월 중순쯤 북한 고위급의 대량 탈북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유능한 인물로 명단을 추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니 보안을 철저히 하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더라”면서 “10월 초중순경 아예 김봉규·정성욱 대령을 지목해 두 사람에게 요원 선발을 시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아무리 비밀 작전이라고 하더라도 상부 지시로 민간인(노 전 사령관)이 요원 명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 문 전 사령관은 “없다. 정상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노 전 사령관 지시를 따른 이유에 대해선 ‘김용현 전 장관이 있었다’고 답했다.
“태어나서 장관님에게 전화 받은 게 딱 두 번입니다. 처음이 10월14일이었는데요. 그 전에 노 전 사령관과 요원 선발과 관련해 통화한 상황이었습니다. 계속 ‘너 나 못 믿냐’ ‘내가 너 나쁜 거 시키겠냐’라고 묻더니, 김용현 장관이 전화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5~10분이 되지 않아 실제로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인물 서치 잘하고 있느냐, 노 장군 일 잘 도우라’고 했습니다.”
계엄 해제 이후인 12월4일 김 전 장관이 다시 전화했을 때는 “수고했다, 모든 일은 장관이 지시한 거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후 문 전 사령관은 요원 명단을 추리고, 계엄 당일 선관위에 군인들을 보내는 등 노 전 사령관 지시를 이행했다. 계엄 전후 군 조직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었는데도,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에게 문건을 건네 사실상 계엄 실행의 핵심 임무를 맡은 것이다.
노 전 사령관 측도 이 점을 지적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이 계속 ‘한남동 장관 공관에 가서 소통했다’ 이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장관에게서 전화가 오기도 했고 친분이 있어 보였다”며 “실제 장관이 업무 수행할 때 디테일한 부분을 다 챙길 수 없으니 노 전 사령관에게 특정 권한을 위임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 측 노종래 변호사는 “피고인(노상원)이 장관의 참모 역할이냐, 단순 전달자냐, 아니면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냐가 증인의 말에 따라 달라질 텐데,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실제로 선관위 요원 명단과 서버실 확보 지시를 했다면 다른 상급자들을 통해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문 전 사령관은 “근거는 없고, 군 생활 경험이나 시스템을 보면 그랬다”고 답했다.
피고인석에 앉아서 내내 증인석을 매섭게 쏘아보던 노 전 사령관은 쉬는 시간에 문 전 사령관 쪽을 향해 혀를 차거나 “자기만 쏙 빠지고” 등 발언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현복 재판장은 “만일 진짜 계엄 상황이었다면, 사령관이었던 증인이 1인자여야 하지 않나. 그런데 부하였던 김봉규·정성욱 대령보다도 정보에서 더 밀린 상황이 된 것 같다”며 “그러니까 계엄이 증인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어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문 전 사령관은 다시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접근 가능한 정보 내에선 대량 탈북 징후가 없었고, 당시 김용현 장관도 공개석상에서 ‘요즘 군인들이 계엄 시킨다고 따르겠냐’는 말을 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며 “조금씩 지시를 따르고 하다 보니까, 지금 생각으로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무뎌진 것 같다. 위험이 격상된 걸 제대로 못 느끼고 중간에 처신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전 진료 마감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는 기다린다고 생각하시고 오후에 다시 오세요.”
지난 10일 비만치료제 주사제 ‘위고비’ 성지로 불리는 서울 시내 A의원 출입문은 쉴 틈 없이 열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즈음 A의원을 방문했지만 이미 오전 진료 대기 인원까지 마감된 상태였다. 다시 오겠다며 돌아선 등 뒤로 “마운자로가 품절이어서 그나마 사람이 없는 편이에요. 한 시 반에 오후 진료 시작하니까 그 전에 오세요”라는 말이 꽂혔다.
점심시간 휴진이 없는 또 다른 성지 B의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선 위고비 처방을 받기 위한 조건이 하나 더 붙었다. “저희는 위고비 처방전만 발행하지는 않고, 진료를 보시려면 반드시 제품도 함께 구매하셔야 해요. 2.4mg 주사제 기준 43만9000원입니다.” 의사는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가격부터 날아왔다.
15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위고비’가 출시된 후 올해 상반기까지 39만5384건, 하루 평균 1526건씩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7%인 10만6881건이 이른바 ‘위고비 성지’라고 불리는 30개 병·의원에 집중됐다. 위고비 처방건수 전체 1위를 차지한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의원에서만 1만6764건이 처방됐다.
이들 30개 병·의원 중 25곳은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특히, 서울 종로구에는 5개 병·의원이 ‘성지’로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위고비 처방을 쉽고, 싸게 해준다는 입소문을 타며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쏠림’이 병·의원 간 환자 쟁탈전을 만들며 제대로 된 문진 없이 빠르게 처방하는 기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성지’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원내조제 등 불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었다.
위고비는 애초에 BMI(체질량지수,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 고도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고혈압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이에 따라 BMI가 해당 수준을 넘어야 처방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제조사 노보노디스크제약에 따르면 위고비는 0.25mg 용량부터 시작해 4주마다 0.5mg, 1.0mg, 1.7mg으로 투여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여서 최종적으로 2.4mg을 유지해야 효과도 높고,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성지’에서는 이 모든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한 시간여를 기다려 처방비가 가장 싼 것으로 유명한 A병원에서 진료를 봤다. 키 182cm, 몸무게 78kg 인 기자의 BMI 지수는 약 23.55kg/㎡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지한 위고비 처방 대상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의사는 처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위고비 사용이 처음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처방된 것은 위고비 0.25mg이 아닌 1.0mg이었다. 당뇨 및 고혈압 여부를 물어보거나 유의사항 설명은 없었다. “유튜브 찾아보면 어떻게 맞는지 잘 나오니까 그거 보세요”라는 말이 전부였다. 오후 4시 9분에 진료실에 들어가 4시 10분에 나왔다. 정확히 ‘1분진료’였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비만 치료제는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추가할 만큼 탈모 같은 미용성형 목적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안전사고 우려도 있는데 환자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간호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을 땐 더 낯선 경험이 다가왔다. 그는 “왜 약국에서 사려고 하세요. 병원에서 사는 게 훨씬 더 싼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행 약사법 제23조에 따르면 의약품 조제는 약사 및 한의사만 가능하다. 이들 병원이 위고비를 판매하는 것은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 병원에서 조제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병원에서 실제 주사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의사에게 직접 위고비를 투약해 줄 것이냐 물었다. “무슨 소리냐. 집에 가서 직접 하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방문한 네 군데 성지 병원은 모두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위고비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봉도 안 된 제품을 그냥 준다는 것이냐. 병원에서 주사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면 원내조제 위반”며 “현장에서 그러고 있다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정지웅 법률사무소 정 변호사는 “병·의원에서 위고비 주사제를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약사법 제23조가 금지하는 ‘약국 외 판매·조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는 의사와 약사의 업무 영역을 엄격히 구분한 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고비 처방을 둘러싼 편법을 부추기는 것은 병원만이 아니다. 처방전을 들고 방문한 C약국에서는 “왜 돈 아깝게 처방전 하나만 받아왔냐. 다음에는 3개월간 외국 간다고 하고 1.0mg, 1.7mg, 2.4mg 세 개 용량으로 처방해 달라고 의사한테 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병원들끼리 경쟁이 심해서 처방전 세 개를 한꺼번에 받아도 한 개 값만 받는다”며 웃었다. 서 의원은 “위고비 ‘성지’라 불릴 정도로 특정 의료기관에 처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이런 문제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의료 당국은 비만치료제가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오남용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고, 우리 어머님 속상하시죠. 어머님만 주사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게 아니니 힘내세요.”
신예희 작가가 갱년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은 이렇게 위로했다. 미혼인데 어머님 소리를 들어 화가 난 게 아니다. 대개 ‘여자로서 생산의 소임을 다하였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악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기엔 갱년기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이 담겨 있다.
“몇년 전 한 드라마를 보는데 활달하던 엄마가 갑자기 불을 끄고 거실에 앉아 있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왜 저럴까, 아 갱년기다!’ 아들이 꽃다발을 건네니까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행복하게 마무리됐어요. 아니, 이렇게 끝난다고요?”
신 작가는 “단군 이래 최초로 1인 가구 비혼 여성이 갱년기에 접어드는 시대”임을 상기시키며 갱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갱년기는 중년 여성, 특히 ‘엄마가 히스테릭해지는 시기’ 정도로 여겨졌다. 40대 중반 이른 완경을 맞으며 신 작가는 갱년기가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는지를 체감했다. 보통 1년간 생리가 없으면 완경으로 진단하는데, 이후 평균 4~7년을 갱년기로 본다. 꽃다발로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 작가가 나열한 갱년기 증상만으로 이 지면을 채우고도 남는다. 안면홍조, 발한, 불안, 우울, 수면 장애, 질 건조감, 요로계 감염으로 인한 질염, 방광염, 근육통, 골다공증, 고지혈증, 가려움증 등등 외에도 ‘랜덤뽑기’처럼 불쑥불쑥 증상이 나타난다. 굵어지는 코털 등 여성 호르몬 감소로 인한 신체 변화도 기상천외하다. 그는 “참으로 별일이 다 생겨서 성질이 더러워질 만하다”고 표현했다.
‘천불’ 나는 다양한 증상 겪으며과소평가된 갱년기 치료 결심좌충우돌 경험 유쾌하게 엮어“우아한 어른 되려면 체력 필수”
“체중이 불어도, 우울해도, 팬데믹 기간에 다들 그렇다니 그러려니 했어요. ‘사람 만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코로나가 끝나고 그게 아닌 것이 명백해진 거죠. 더 일찍 검사하고 확실한 완경인지 알아봤어야 했던 거죠.”
문제는 이 모든 증상의 원인도,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신 작가는 “삶의 질이 다각도로 저하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섰다. 여성의학과냐, 노인성 질환 클리닉이냐. 첫걸음부터 갈팡질팡이었다.
생리 유도 주사와 비호르몬성 갱년기 증상 치료제를 복용해도 가슴속 ‘천불’을 꺼트리지 못한 신 작가는 호르몬 치료를 결심했다. 여성 호르몬 치료는 중장년 여성 커뮤니티에서도 찬반이 분분한 이슈다. 젊음의 연장에 필요하다는 의견과 자궁근종 발생 등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등 득실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또한 명확한 매뉴얼이 없는 탓이다. 그는 자신의 약 복용 과정과 병행한 검사, 신체에 일어난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최근 출간한 <나이 드는 몸 돌보는 법>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26년 차 프리랜서이자 1인 사업자의 내공으로 꼼꼼하게 기록한 갱년기 준비 가이드다. 구체적인 증상 일지는 일단 병원 상담 시 신빙성을 더했고, 이제 곧 갱년기에 접어들 이들을 위한 정보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집안의 유병자 내력이나 갖고 있는 질환에 따라 호르몬 치료의 반응도 다르게 나타나니까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해야 해요. 병증의 치료제라기보다는 갱년기에 연착륙해 노화의 적응 기간을 부드럽게 하자는 거거든요. 선택의 문제죠.”
인생의 우선순위 재조정이 필요한 갱년기의 필수 요소로 “체력, 시간, 돈”을 꼽은 그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솔루션은 운동이었다. 완경 시기에는 여성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갑작스럽게 체중이 늘어나기 쉽다. 20·30·40세대 운동 목표가 다이어트였다면, 중년은 달라야 했다. 주 4일 헬스장을 찾아 “매주 새롭게 아픈 몸을 레고 조립하듯” 운동한 그는 느리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아하고 너그러운 어른이 되려면 체력과 근육이 필수”라는 그는 운동의 효능감을 알리고자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을 준비하고 있다.
신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온라인에 ‘물좋권’(물건이 좋지 않으면 권하지 않아요) 목록을 올리며 현명한 소비를 돕는 영업왕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 경험을 담아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썼던 그는 이번 책에 안면홍조를 효과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연두색 컨실러 등 다양한 ‘잇템(it item)’을 추천했다. 힙합바지를 입었던 X세대의 갱년기 맞이는 이렇게 다르다. 신 작가는 “갱년기는 결국은 생리에서 시작해서 생리에서 끝나는, 두 번째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생인 그는 생리는 ‘마법에 걸렸다’로, 생리대는 ‘그거’로 말하는 시대를 살았다.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은 우리 사회에 안전한 생리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동시에 ‘생리대’라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언급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개인적인 갱년기 경험을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이제부터라도 갱년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관련 질환에 대해 어떻게 서포트를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다 보면 보다 나은 인식이 생기고, 좋은 정책도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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